연구소 칼럼2017.05.22 16:45

홍준표 24%, '지지율 뻥튀기' 불씨가 살아있다

[장석준 칼럼] 선거제도 바꿔야 '촛불 정신' 산다
장석준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장석준 부소장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기획위원)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를 받아든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문재인 후보가 당선된 게 반갑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심상정 후보의 득표가 예상보다 적었다지만, 그래도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거둔 성적의 2배가 넘었다. 문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였다. 그는 24.03%를 득표하며 무려 2위를 기록했다.

많은 이들이 이 결과에서 불길한 조짐을 보았다. 내세울 후보도 변변찮던 당이 유권자 네 사람 중 한 사람의 지지를 얻었다. 촛불의 열기에 녹아내린 첫 번째 적폐라 생각됐던 새누리당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였다. 마땅히 승리의 단맛을 만끽해야 할 때에 다들 입 안에서 서걱대는 모래에 얼굴을 찌푸린 것도 이해할만하다.  

새 정부의 개혁 행보에 대다수 국민이 지지를 보내는 지금도 유일하게 딴 목소리를 내는 집단은 자유한국당이다. 대통령이 시민군과 민주 열사들의 넋을 부를 때 이 당은 광주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는 미친 소리를 해댄다. 위헌심판 대상이 돼야 할 이런 당이 제1야당 노릇을 하려 한다니 아직 여름은 멀었건만 열이 뻗쳐오르고, 혹시 내년 지방선거가 이들이 다시 활개 치는 발판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25%를 50%로 만드는 마법 중 하나는 깨졌지만  

25%는 확실히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수치다. 촛불혁명 와중에 대통령 퇴진/탄핵에 반대하거나 미온적인 여론이 20% 안팎이었다. 홍준표 후보는 그 최대치를 자유한국당 지지층으로 복원한 셈이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에서는 40% 선도 넘어섰다.

그러나 나는 지나치게 걱정하거나 두려움을 느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우리는 저들의 지지율이 20% 대를 보인 사실에서 얼마간은 승리감을 느껴도 좋다. 제6공화국 대통령 선거에서 자유한국당과 그 전신들이 20% 대 득표율에 머문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층이 다른 지지층의 결합 없이 벌거벗은 모습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전에도 범새누리당의 핵심 지지층은 30% 언저리였다. 그러나 이것이 각종 선거에서는 눈에 잘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늘 50%에 가깝게 부풀려진 득표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20~30% 대의 지지를 50%에 가까운 선거 결과로 만드는 마법이 작동한 것이다.

탄핵 정국을 거치며 그 마법 중 하나가 촛불에 타버렸다. 그것은 미치광이 극우 이념을 경제적 실용주의로 포장하는 마법이었다. 경제적 실용주의의 자리를 채운 것은 보통 '경제성장' 구호였지만, 2012년 대선에서는 '복지'와 '경제민주화'가 동원되기도 했다. 아무튼 범새누리당 세력은 이 마법을 통해 핵심 지지층에 10~20%의 유권자들을 더한 지지연합을 구축하곤 했다. 그러나 이 마법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박근혜 정권의 철저한 무능이 드러나면서 핵심 지지층 외의 지지자들이 모두 떠나갔다. 이게 수치로 나타난 게 홍준표 후보의 득표율이다.

그런데 문제는 마법 중 다른 하나는 아직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 마법은 바로 승자독식 선거제도다. 어떻게든 30% 넘는 지지연합을 구축한 범새누리당 세력은 한 표라도 더 많이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는 단순다수대표제 원리에 따라 다수의 소선거구에서 승리를 거머쥐곤 했다. 비례대표제가 아니라 단순다수대표제였기 때문에 지지연합의 규모가 다른 당보다 조금이라도 더 크면 정치판을 독점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물론 이번 대선에서는 이게 통하지 않았다. 두 가지 마법이 함께 만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지지연합을 확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승자독식 선거제도라고 해도 예전 영광을 반복할 수 없었다. 새누리당 지지연합이 와해되는 바람에 더욱 폭이 넓어진 다당 구도가 다시 자유한국당의 과거 회귀 노력을 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역으로 나눠 살펴보면, 옛 마법의 불씨가 시뻘겋게 살아 있음이 눈에 들어온다. 위에서도 언급한 대구, 경북의 결과를 보자. 이들 지역에서도 촛불혁명의 성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유한국당은 일단 이 두 거점 지역에서도 과반수 확보에 실패했다. 그러나 각 당의 득표율을 일렬로 세워놓으면, 여전히 자유한국당이 압도적인 1위다. 이것이 소선거구제와 결합하면, 다시금 압승이라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다. 이는 이미 대선 전에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내년 광역의회 선거부터 연동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당장 내년 지방선거가 문제다. 특히 광역의회 선거가 위험하다. 사실 유권자들의 관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대의기구가 광역의회다. 대중의 눈길은 온통 국회에 쏠려 있고, 그나마 지역 정치에 관심 있는 이들이 이름이나마 아는 것은 자기 동네 기초의원 정도다. 반면 자신을 대변하는 광역의원이 누구인지 아는 이들은 거의 없다. 국회와 기초의회 사이에서 뭘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곳이 광역의회다.  

그렇다고 광역의회가 없애도 좋은 유명무실한 기구인 것은 아니다. 앞으로 더욱 그럴 것이다. 새 정부의 초기 추진 과제 중 하나가 개헌인데, 개헌의 중요한 내용 중 하나로 흔히 이야기되는 게 분권화다. 중앙정부 권한 중 많은 부분을 지방정부로 이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름 아닌 광역의회가 경제 기획이나 복지정책의 상당 부분을 심의, 결정하게 될 것이다. 정치적 관심의 사각지대에 계속 남겨둬도 좋을 기구가 결코 아니다.

더구나 홍준표 사례를 보라. 그가 어떻게 자유한국당 회생의 깃발이 됐는가? 경남 도지사로 독재를 자행한 결과였다. 그가 도지사로 있으면서 무상급식을 가로막고 공공의료기관을 없애도 누구 하나 이를 제어하지 못했다. 경남 도의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경남 도의회는 총 53석 중 48석이 자유한국당 아니면 바른정당이다. 두 당이 갈라지기 전까지는 몇 석 제외하고 다 새누리당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 정도 의석 분포도 새누리당으로 당선됐던 한 명이 국민의당으로 옮기고 몇 차례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나 무소속 의원이 당선된 결과다. 지방선거 직후에는 더 처참했다. 

도의회가 사실상 새누리당 1당 독재다보니 홍준표에게는 무서울 게 없었다. 경남은 한 동안 홍준표와 새누리당의 권력 실험장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배양된 홍준표의 기고만장함이 결국 전국 무대에서 자유한국당 부활의 동력이 됐다.  

그렇다고 경남이 본래 새누리당의 독무대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만 해도 광역의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접전을 펼친 범민주당이나 진보정당 후보들이 많았다. 경남 창원은 진보정당 후보(당시 노동당, 현재는 정의당)로는 유일하게 지역구에서 광역의원으로 당선된 여영국 의원을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역시 선거제도다. 광역의회는 각급 대의기구 중 승자독식 논리가 가장 굳건하게 똬리 튼 곳이다. 기초의회는 중선거구제이지만, 광역의회는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대표자만 뽑는 소선거구제다. 광역의회에 비례대표 의석이 있기는 하지만, 국회와 달리 전체 의석의 10%밖에 되지 않는다. 범새누리당 권력을 지탱하던 마법 중 하나가 광역의회 선거에서는 엄연히 살아 있다.  

이 제도대로라면, 자유한국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분히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경남에서는 더 이상 힘들지 모른다. 도지사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는데도 득표율이 37.24%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구, 경북은 이야기가 다르다. 이곳들에서도 자유한국당 득표율은 예전만 못하지만(40% 대), 도의원 선거를 다시 싹쓸이하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1년 안에 당세를 지금보다 크게 신장시키지 못하더라도 대구, 경북에서 계속 독재를 이어갈 수 있다. 부산, 경남에서도 어느 정도 존재감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면 이를 기반으로 제2, 제3의 홍준표를 키워서 때만 되면 다시 중원을 향해 말을 달릴 수 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새누리당 잔존 세력이 20% 대 핵심 지지층을 넘어서는 권력 지분을 넘보는 일은 그치지 않을 것이다.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새누리당 부활에 맞설 전략  

그렇기에 선거제도 개혁이야말로 새누리당 부활에 맞설 최적의 전략이다. 현행 소선거구-정당명부비례대표 병립제를 독일식 연동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바꿔야 한다. 의석을 정확하게 각 정당이 받은 득표율만큼 나누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모든 정당에 그 지지율만큼의 권력만 허하자. 여기에는 물론 자유한국당도 포함된다. 이들 역시 지지받는 만큼 권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단, 소선거구제 덕분에 경제적 실리의 외피를 두른 채 어울리지 않는 권력을 누리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광주항쟁이 북한군 작품이라 믿는 사람들이 보내는 지지 딱 그만큼만 힘을 허락받을 것이다. 또한 이들의 성장 가능성도 그만큼의 영향력 안으로만 제한될 것이다.

현 국회 임기가 3년이나 남았으므로 선거제도 개혁에 아직은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는 데 동의하는 이들도 대체로 개헌 일정에 맞춰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너무 태평한 태도다. 적폐 청산이 빈말이 아니라면, 당장 내년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제도에 따라 실시돼야 한다. 특히 광역의회선거를 연동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로 치러야 한다. 마치 2002년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정당투표를 처음 경험하고서 2년 뒤 총선에도 도입한 것처럼, 내년 지방선거에서 연동형 정당명부비례대표제를 경험한 뒤에 다음 총선을 이 방식에 따라 치러야 한다.  

혹시나 서울 등은 현행 방식대로 하는 게 민주당에 더 이롭다며 광역의회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을지 모르겠다. 실제로 새정치민주연합은 제6대 지방선거의 서울시의회 정당투표에서 45.38%를 얻었지만, 의석은 70% 넘게 차지했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이런 정파적 이해와 지역적 시야를 넘어서길 요구한다. 어느 곳의 촛불 시민이든 기울어진 선거제도 때문에 낡은 질서의 요새 안에 갇히길 강요받아선 안 된다. 뒤집을 수 있는 제도 때문에 외로이 포위돼 있다고 느껴선 안 된다.

이제 1년밖에 안 남았다. 하루빨리 지방자치단체 선거제도 개혁을 공론화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적폐 청산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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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의당부설정책연구소 미래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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