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칼럼2017.06.01 11:00

[금강칼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 위원장

(정의당 대전시당 공동위원장)

 

4차 산업혁명 자체가 아니라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놓고 설전이 오갔다. 여기저기에서 무분별하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만병통치약처럼 쓰고 있다. ‘해양수산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제도변화’라는 강연 제목이 그렇고 ‘헬스케어 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융합으로 일반적 치료에서 질병 예방과 개인 맞춤형 치료로 패러다임이 전환된다’면서 투자에 관심을 기울이라는 증권회사의 문자 메시지가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기라도 할 것 같은 분위기다.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서 생산과 소비에서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18세기 후반에 시작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에 따른 기계화 혁명을 말한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반에 이뤄진 2차 산업혁명은 전기 에너지의 등장으로 대량 생산 시대가 열린 시기다. 1970년대에 본격화된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이용한 생산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고 인터넷 기반의 지식정보혁명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이전의 산업혁명처럼 어떤 기술혁신을 통해서 어떠한 사회적 변혁이 올 것인지 일치되는 의견도 없이 논의만 무성하다. 다만,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의제를 4차 산업혁명으로 정하고 나서 주목받기 시작했을 뿐이다. 때마침 알파고와의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기사가 패배한 사건의 충격파가 인공지능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된 측면도 있다.

명시적인 정의는 없다고 해도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사회에서 커다란 관심과 논쟁의 중심에 들어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로봇공학, 3D 프린팅, 빅 데이터, 클라우드, 바이오테크 등 첨단 기술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변신을 거듭하고 이들이 서로 만나 상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다. 새로운 기술들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물리적·생물학적 공간을 뛰어넘어 융합하면서 빅 데이터를 생산한다. 빅 데이터 자체가 돈이 되고 권력이 된다. 기술 변화가 너무도 빨라서 보통 사람들이 따라잡기에도 벅차다.

인공지능과 유전자편집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인류를 위협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일부 단순노동만을 기계가 대신했다면 인공지능과 유전자편집기술이 결합하면 기계가 아닌 생체 공장이 출현할 수 있고 복잡하고 전문적인 사고를 요하는 업무까지 인간을 대체할지도 모른다. 단순노동뿐만 아니라 지식노동까지 해체되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인간을 고용하는 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고 전통적인 일자리 개념은 완전히 파괴된다.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일어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지만 일각에서는 생산성이 극도로 향상되고 인간의 삶의 질이 나아질 것이라고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하기도 한다. 얼마 전 한국에 왔던 더글러스 프란츠 OECD 사무차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기술혁명을 잘 활용해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사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관료들과 관변 엘리트들이 거의 모든 것을 좌우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 결정 과정을 보면 낙관보다는 걱정스럽기까지 하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괴물이 인간의 모습을 띠게 하려면 과학기술의 민주화와 노동 중심의 민주주의 실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급격한 기술혁명이 극소수 자본의 이익 창출의 전유물이 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골고루 높이게 하려면 과학기술정책에 일반 국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제도를 우선 갖춰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의 노동을 설령 기계나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생산 과정에 노동이 참여하고 생산 결과를 모든 사람이 고루 나누어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된 민주주의라는 말이다.

저작자 표시
신고
Posted by 정의당 부설 정책연구소 정의정책연구소

티스토리 툴바